LOW BLOW
2019, Group,
Space9
with Park Cheolho(visual artist), Seoul, Korea

얼굴을 내건 전시에는 과연 무슨 작품이 있을까. 애초에 '노는 것'으로 이 전시를 규정했기 때문에 하나하나 시간과 정성을 들인 집에 고이 모신 작품들은 거의 없다. 대신 몸으로 때우면서 그들의 내면을 '현현'한 무대를 지었다. 박철호 작가의 둘둘 말려 있던 골판지신문그림이 먼저 무대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 다음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작품 위에 분신들을 그리거나 걸어놓았다. 두 아저씨는 전시장에 똥만 빼고 모든 욕망을 배출했다. 그 욕망은 작품으로 가장하긴 했지만 아주 원초적인 낙서다. 모두가 언젠가 공책에든 화장실에든 그려봤을 법한 것들. 둘이 함께 그린 '천장화', '천지창조'는 미켈란젤로가 지하에서 통곡할 정도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들 왜 이러지?' 하는 질문은 무대 중앙에 귀 잘리고 눈 가려진 호랑이가 대답을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TRAP, NEUTER, RETURN" 포획되고, 중성화되어, 방사된 표식으로 귀가 숭덩 잘린 호랑이. 호랑이 담패 피우던 시절에는 호랑이었으나, 지금은 중성화된 힘없는 남성이다. 성공도, 여자도 당장은 요원한(?) 이제 아저씨가 된 남성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귀 잘린 호랑이로,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공격에도 꿋꿋이 풍파와 맞서는 두 남자의 치열한 느와르"로.

포스터대소동
전시가 확정되고 나서, 포스터 만들 생각부터 했다. "작가 얼굴로 미술 전시 포스터를 만드는 일은 없으니 우리 사진을 찍자." 'GQ'가 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사람들은 역시 유머가 있다. 포멀한 옷을 입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분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박철호가 맡았다. 서찬석은 굵은 전시 제목에 음낭 주름을 넣었다가 빼며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전시 제목은 '로블로'가 됐다. 급소 맞은 사람들치고, 사진이 그럴 듯하다. '프랑스틱'하며 '아방'하고, '지큐'스럽다고 자화자찬을 해댔다. 이 둘은 앞으로 '맥심'에 초대 받아 작가로서 옷을 광고하는 사진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를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전시장 외부에 설치될 배너와 포스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의 행위도 모두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뒤샹님의 전언을 받아들인다면 그럴듯한 아방가르드다. 전시 포스터가 작품 사진이나 혹은 작품과 상관없는 그래픽에서 해방된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내가고자라니 대소동
심영의 절규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남성이 스스로 타자가 되어보는 방법은 자신의 '눈'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거기'를 찔러야 한다는 걸 이 아저씨들은 알게 된 것이다. 가장 강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곳이 언젠가부터 아주 약해졌다는 것을, 다른 아저씨들은 가정조차 하지 않는 그 사태를 가정 해보기로 했다. 존재의 깨달음. 가장 약한 자, 조롱받는 자가 되었을 때 상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달까. 이 전시는 좌뇌만 작동시키는 감동 없는 아재개그를 시전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내가고자라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 서찬석의 붉은커튼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내가고자라니' 극을 감상하는 것은 시대 아픔과 욕망을 끌어안고 묵묵히 나아가는 남성들을 만나보는 일이다._배우리
















